
여러분, 매월 월급을 받을 때 세금이 공제된 후의 금액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 않나요? 근로소득세는 우리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이 세금에 관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수입'의 '골든 크로스'입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다?
최근 우리나라 세금 수입에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개인 소득세 수입이 법인세 수입을 추월한 것인데요. 이를 '골든 크로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전통적으로 세금 수입에서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개인들이 내는 소득세보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반 직장인들이 내는 세금이 기업들이 내는 세금보다 더 많아진 거죠. 이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 당신의 세금이 몰래 늘어나는 현상
이런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뭔가 어려워 보이는 용어지만, 실제로는 아주 간단한 개념입니다.
소득세는 '누진세'입니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 1,200만원 이하: 6%
-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 15%
-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24%
- 8,800만원 초과 1억5천만원 이하: 35%
- 1억5천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8%
-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40%
- 5억원 초과: 42%
문제는 이 과세표준 구간이 16년 전에 설정된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물가는 꾸준히 올랐고, 이에 따라 명목상 임금(숫자로 표시된 임금)도 올랐습니다. 실질적인 구매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슬라이드'되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 것입니다.
쉬운 예시로 이해하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6년 전 연봉 4,000만원을 받던 직장인 A씨가 있었습니다. 당시 A씨는 두 번째 세율 구간(15%)에 속했죠.
16년이 지나 물가가 약 50% 상승했다고 가정해봅시다. A씨의 연봉도 물가 상승률만큼 올라 6,000만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매력은 16년 전과 동일합니다. 문제는 이제 A씨가 세 번째 세율 구간(24%)에 속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A씨는 실질적인 소득 증가 없이도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브래킷 크리프' 현상입니다.
이것이 왜 문제일까요?
이재명 대표의 설명처럼, 이런 상황은 "정부의 도덕성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인 세율 인상 없이도 사실상의 '증세'를 시행한 셈이니까요. 국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중산층 형성에 장애물이 된다는 점입니다. 근로소득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에게 더 큰 세금 부담을 지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냈을까?
이재명 대표에 따르면, 물가를 반영해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했을 경우 연간 10조~13조원의 세수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대한민국의 근로소득자들이 매년 10조원 이상을 '몰래' 더 낸 셈입니다.
평균적인 회사원 가구가 약 1,000만 가구라고 가정하면, 가구당 평균 연간 100만원 이상을 더 낸 셈입니다. 10년이면 1,000만원,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죠.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명확한 방법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도 인정했듯이,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서서히 과세표준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생각해볼 점
소득세 구조의 이런 문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 세금 제도는 얼마나 투명해야 할까요?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실상의 증세가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 걸까요?
-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은 누구에게 더 무겁게 지워져야 할까요? 기업보다 개인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현재 구조가 바람직한가요?
- 물가 상승을 고려한 소득세 과세표준 조정은 어떤 주기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요?
우리가 내는 세금은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됩니다. 하지만 그 부담이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브래킷 크리프' 현상은 우리 세금 제도가 가진 숨겨진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월급명세서를 받아볼 때, 공제된 세금 부분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결국 세금은 우리 모두의 문제니까요.